2006년 11월 11일
정말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사람 수명이 65에서 70년 정도라 하면 왠지 굉장히 긴 것 같지만
바로 어제의 일도 자꾸 후회하고 되돌아가 고치고픈 우리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만한 에너지가 쉽게
생겨나는 이 젊은 날이 얼마나 길까.
60년이 넘게 사는 인간이지만 자신이 늙어간다고 생각할 때부터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갖고 싶어할 만큼 그것이 충분히 길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인간이기에 나중에 되돌이켜 보면
찬란하면서도 아련한 2시간의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이 젊은 날 아닌가.
평생 동안 자꾸 되돌려 보며 감상에 잠기는 이 영화를,
'남들 다 하니까'라는 핑계를 대며 자신도 하고 싶어 한다는 착각을
하거나 억지를 부려 '남들 다 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그냥 그저 그런, 한 번 보고 잊혀지는 거기서 거기인 식상하고
지루하기까지한 영화로 만들어야 하나.
친구들끼리 모여 자신들의 영화를 서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눌 때 자신만의 특별해야할 영화가 거기 모인 다른 서너명의
친구들의 것과 너무 비슷함을 깨닫고 왜 좀 더 용기를 내고
고집을 부려 나만의 특별한 장르나 스토리를 만들지 못했나라고
후회하고 싶은건가.
내 영화가 설령 저예산에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도 없고
165에 45지만 34. 24. 34의 쭉쭉빵빵한 몸매를 가진 유명하거나
예쁜 주인공도 없으며 관객들 눈을 즐겁게 해줄 번쩍번쩍 화려한
뉴요커의 생활이나 파리지안의 로맨스가 없을 지라도
나는 나만의 특별하고 특이한, 오밀조밀하고 마음 따뜻한,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남들의 취향에 맞추는게 아닌,
모두가 재미 없고 볼 거리도 없는 영화라고 말해도
단 한 명의 관객은 만족시킬 수 있는,
나 자신이라는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영화를 만들 것이다.
언제라도 그 단 하나의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살짝 웃음을
짓고 조그마한 다이알로그에 뺨을 붉히기도 눈물을 그렁그렁
맺히기도 한다면,
나는 이 영화를 자랑스럽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라고,
내가 듣고 본 몇 백개의 영화 중에서 최고의 작품은 아니라도
나의 마음에 가장 쏙 들고 가장 마음이 가는,
허풍과 위선 없이 나만을 위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만
쏙쏙 담아 놓아 몇 십번 몇 백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영화라고 말할 것이다.
다른 화려하고 빵빵한 영화들에 비교하며 살짝 초라한 감이
들어 부끄러움에 고개를 약간 숙이기도 하겠지만(왜냐하면
이렇게 말하는 나도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게 없기에^^)
그래도 흐뭇해서 지어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이 영화에 대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항상 마음에 담아 자그마한 시간이 날 때마다
따뜻하고 작은 만족감으로 채워진 미소를 지으며
되돌려 볼 것이다.
그다지 키도 크지 않고 날씬하지도 않고 몸매도 전혀 섹시하지
않으며 남자들에게 인기도 별로 없고 크게 뛰어난 재능도,
화려한 집안 환경도, 눈에 띄는 매력도 하나 없는 그냥 정말
그저 그런 한 여자 아이가 만든,
하지만 전혀 그저 그렇지 않은 그런 영화를 말이다.
-남들 다 하는 어학연수, 남들 다 하는 유럽 여행, 남들 다 하는 휴학,
남들 다 좋아하는 와인, 남들 다 입는 옷들, 남들 다 하는 취미,
왜 다들 바락바락 꼭 해야하는 건지.
더 좋은 이유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 그것들을 하기에도 우리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데, 왜 그 이유가 '남들 다 하니까'가 되어야 하나.
그리고 왜 억지로 그 이유가 '남들 다 하니까'가 아닌 듯 자기 자신에게 억지를
부려야 하나.
세상엔 너무너무 많은 사람들과 너무너무 많은 일들 너무너무 많은 것들이 너무너무 많은데 말이다..
# by | 2006/11/11 17:38 | nice and naughty 그냥 | 트랙백(31) | 덧글(2)




